나는 계속 사사로이 절망스럽겠지만, 그것들이 지속되지 않기에 결국은 행복해 질 것 이다. 나는 무궁무진하고, 어떤 면에선 무고하다고. 무미건조한 일상은 무사함의 증명인 거라고. 단지 상상력 하나로 머릿 속에 무성영화 상영관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. 무수히 많은 날을 살며 그래도 무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. 무용함과 무용은 한 끗 차이라 하릴 없이 삐걱대는 나날도 전부 춤이었다고 말이다.
- 젊은 ADHD의 슬픔/정지음

삶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알아. 먹구름에 가려 일몰을 볼 수 없는 날도 생기고, 애써 준비한 마음이 오해 되고 버려지는 경우도 생기겠고, 삶의 타이밍이 늘 한 발 늦을 수 있고, 내 경우에 미련도 품을 수 없을 만큼 열 발쯤 늦을 때가 많고, 시간 낭비 같은 산책도 많지.
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일도 있고, 내가 사랑하는 세계가 훼손되고 내 속도가 흔들릴 때도 울지 않을 거라고 말할 자신은 없는데, 그렇지만 무언가를누군가를 아주 좋아한 힘이라는  건 당시에도 강렬하지만 모든 게 끝난 후에도 만만치 않아. 잔열이, 그 온기가 힘들 때도 분명히 지지대가 될 거야.
- 도서관 런웨이/윤고은

*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,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함을 느끼는데. 그건 행복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슬픔을 모두 흡수한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. - 미국 작가 데이비드 실즈

* 아마추어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'아모르'에서 만들어진 단어

나무는 몇 해 동안 뿌리를 내렸는지, 나이테에 새겨넣습니다. 수염고래는 몇 년 동안 바다를 헤엄쳤는지 귀에 쌓인 귀지로 확인할 수 있고요. 조개는 얼마동안 세월을 품었는지 껍데기에 그려진 줄무늬로 알 수 있죠. 시간은 어딘가에 흔적을 남깁니다.
-음악의 숲


'젊다'는 분명히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지만, '젊다'의 반대말인 '늙다'는 신기하게도 동사인 거 있죠. 그래서요, '늙고 있다', '늙어가고 있다' 이렇게는 쓸 수 있지만 '젊고 있다' 이런 말은 문법적으로 어긋나는 거죠. 젊음에 머물러있는 순간은 그만큼 짧기 때문일까요? 그런데 그 짧은 순간을 지나고, 서서히 나이 들어가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돼요.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이맘때도, 꽃 피는 봄처럼 멋지다는 걸 알게 될 때쯤이면 말이죠.
-밤을 잊은 그대에게

햇빛 아래 오래 서있으면 시원한 나무 그늘이 간절해지는 것처럼,
때로는 그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,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.

따뜻한 햇볕도 너무 오래 쬐면 현기증이 나죠. 그리고 그늘이라고 해서 늘 우울하고 음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. 가끔씩 그늘에 들어가 뜨겁게 달아오른 몸과 마음의 온도를 식히다 보면, 오히려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. 그러고 보면 햇살처럼 밝은 모습만 보여준다고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. 이따금씩, 서로의 그늘을 내어줄 수 있을 때. 더 깊은 믿음이 싹트기도 하니까요. 그러니까 그늘이 드리워졌다고 해서 너무 빨리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요. 그늘 아래서 무엇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,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.

그래요, 양지에 있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. 그늘 아래에 있어도 행복할 수 있어요. - 새벽다방 라디오

이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예요. 그래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,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하죠. 내 마음에 더는 쌓이지 않도록 매일요. - 한소희

쇼펜하우어는 말했습니다. '세상은 내 사상이다.'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게 아니라 저마다 세상을 지어낸다는 뜻이에요. 누가 큰 소리로 세상은 어떻고, 잘 사는 건 이런 거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. '음, 소설 쓰고 있구나. 저 사람의 소설은 그렇구나.' 그는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꾼일 뿐이에요.

하루키가 장편 소설을 쓸 때면 지키는 원칙이 있어요. 하루에 원고지 스무 매 쓰기. 좀 더 쓰고 싶더라도 스무 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, 잘 안 풀린다 싶은 날에도 스무 매를 채운답니다. 규칙이라는 거예요. 답답하긴 하지만,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걸지도 몰라요.

- 옥탑방 라디오

관계를 망치는 대표적인 행위로는 침묵과 상상이 있다.
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생각하면 관계의 단절은 곧 현실이 된다.
관계에 있어 말은 불가결하다.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 확률은 내 기대보다 희박하다.
- 나의 사적인 그림/우지현

우리는 다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.
완벽한 오늘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.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내 인생을 지극히 사랑했다가,
기울어가는 달을 보며 사랑했던 미완의 시절들을 떠올리면 그 뿐이다.
부디 내 지난 새벽이, 괜찮은 내일이 되어 소란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기를 바란다.
- 완벽하지 않아도 이만하면 좋겠어요/김예진